멧돼지와 야생화한 돼지는 먹이를 찾으며 흙을 파헤칩니다. 이때 토양 속 탄소도 영향을 받을까요? 질문은 단순하지만 답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흙이 공기에 노출되는 정도와 식생, 미생물 활동에 따라 탄소 방출이 늘 수도 있고 다른 변화가 함께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2021년 Christopher O’Bryan과 동료들은 비원산지 야생돼지의 토양 교란에 따른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을 모형으로 추정했습니다. 널리 인용되는 약 490만 톤은 그 모형의 중앙값입니다. 전 세계의 모든 돼지에서 실제 배출을 직접 재어 합친 값이 아니며, 분포와 토양 교란 면적 등의 불확실성을 함께 가진 추정치입니다.
| 연구 관점 및 논점 | 오브라이언 연구팀의 배출 모델 (2021) | 악셀 돈 연구팀의 현장 반론 (2019/2022) |
|---|---|---|
| 접근 방식 | 전 지구 종 분포 모델 및 1만 회 몬테카를로 모의 | 독일 2개 산림 23개 구획 6년간 실제 장기 현장 실측 |
| 토양 교란 면적 | 비원산지 기준 약 36,214 ㎢ (중앙값) | 통제된 인위적 모의 굴착 구획 및 자연 대조군 |
| 추정 연간 CO₂ 배출 | 연간 약 490만 톤 (예측구간 30만~9,400만 톤) | 교란군과 대조군 사이 총 유기탄소 저장량 차이 없음 |
| 지배 메커니즘 | 표토 떼어냄 → 호기성 미생물 호흡 촉진으로 기화 | 낙엽 탄소가 광물 토양 심층부로 유입되어 장기 고정 |
| 기후 정책적 함의 | 침입종 포획 관리가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창출 | 단순 배출 모델 과장 경계; 유입-유출 순수지 분석 필요 |
거대한 탄소 저장고: 지구 표토 1미터에 묻힌 1조 5,000억 톤
지구 육상 생태계에서 가장 거대한 탄소 저장고는 눈에 보이는 나무나 숲이 아니라 바로 발밑의 '토양(Soil)'입니다. 전 세계 토양 상층 1미터에는 대기 중 탄소량의 2배, 모든 육상 식물체 전체 탄소량의 3배에 달하는 약 1조 5,000억 톤의 유기탄소가 잠들어 있습니다.
수백 년 동안 떨어진 낙엽, 죽은 잔뿌리, 곰팡이 균사는 흙 입자들과 단단한 흙덩이(입단 구조)를 형성하며 산소가 차단된 상태로 깊은 곳에 격리됩니다. 공기가 통하지 않으면 흙 속의 미생물들이 유기물을 쉽게 갉아먹지 못하므로, 탄소는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분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봉인되어 있습니다.
주둥이가 일으킨 재앙: 트랙터처럼 흙을 쪼개는 생체 굴착
야생돼지는 단백질과 전분을 얻기 위해 식물의 땅속줄기, 구근, 지렁이, 딱정벌레 유충을 탐식합니다. 이때 코끝의 단단한 연골판과 목 근육을 이용해 깊이 15~30cm까지 흙을 거칠게 갈아엎습니다. 이 행동을 '루팅(Rooting)'이라 부릅니다.
이 루팅 행동은 농부가 밭을 쟁기질하는 것과 똑같은 물리화학적 충격을 자연림에 가합니다.
- 낙엽 보호층(O층) 파괴: 수분을 보존하고 직사광선을 막아주던 숲 바닥의 낙엽층이 완전히 헤집어져 표토가 외부 환경에 적나라하게 노출됩니다.
- 입단 구조의 물리적 분쇄: 흙 알갱이들이 부서지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유기물 덩어리들이 허공으로 드러납니다.
- 산소의 급격한 공급: 흙 속 깊숙이 신선한 공기가 통풍되면서, 흙 속에 잠들어 있던 호기성(산소 호흡) 박테리아와 균류가 폭발적으로 활성화됩니다.
산소를 만난 미생물들은 드러난 유기탄소를 먹이 삼아 왕성하게 세포 호흡을 시작합니다. 고체 상태로 흙 속에 잠들어 있던 탄소가 미생물의 대사를 거쳐 기체인 이산화탄소(CO₂)로 전환되어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오는 '종속영양 미생물 호흡(Heterotrophic respiration)'이 급증하는 것입니다.
오브라이언 모델의 충격: 연간 490만 톤의 전 지구적 추정
2021년 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된 오브라이언 박사팀의 연구는, 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 등 인간에 의해 도입된 비원산지 침입 야생돼지 집단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들은 천적이 없고 번식력이 강해 개체 수가 통제 불능으로 폭증한 지역들입니다.
연구진은 돼지의 서식지 적합성, 관측 밀도, 시간당 토양 훼손 속도를 결합하여 1만 번의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습니다.
- 교란 면적: 야생돼지가 매년 전 세계에서 파헤치는 면적은 약 36,214 ㎢에 달합니다. 이는 대만 전체 면적(약 36,197 ㎢)과 맞먹는 거대한 땅입니다.
- CO₂ 방출량: 이로 인해 추가로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중앙값은 연간 490만 톤으로 추산되었습니다.
- 승용차 환산: 1년에 휘발유 승용차 약 110만 대가 도로 위를 달리며 내뿜는 온실가스와 정확히 같은 규모입니다.
이 결과는 야생동물의 서식 활동이 단순한 국지적 생태 파괴를 넘어 거시적인 지구 기후 시스템을 교란하는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악셀 돈의 6년 실측 반론: 흙을 섞는다고 탄소가 사라지는가?
그러나 이 연구가 발표되자마자 전 세계 토양학계에서는 날카로운 반론이 쏟아졌습니다. 가장 강력한 비판은 독일 튀넨 농촌지역연구소의 토양학자 악셀 돈(Axel Don) 교수로부터 나왔습니다.
돈 교수 연구팀은 이미 2019년 학술지 《바이오지오사이언스(Biogeosciences)》에 야생돼지의 굴착을 기계로 정밀하게 모의하여 6년 동안 토양 탄소량의 변화를 장기 추적한 실측 연구를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 독일 내 서로 다른 산림 23개 구획을 6년간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토양을 심하게 뒤엎은 구획과 자연 그대로 둔 대조 구획 사이에, 총 유기탄소 저장량의 유의미한 차이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돈 교수는 흙을 섞는 행위가 오직 '분해와 배출'만을 촉진한다는 가정은 지나치게 단순한 오류라고 지적했습니다. 지표면에 있던 낙엽 탄소가 돼지의 발길질과 주둥이에 의해 깊이 15cm 이상의 광물성 토양 심층부로 밀려 들어가 점토 광물과 결합하면, 오히려 미생물 분해로부터 격리되어 더 안정한 장기 고정 탄소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오브라이언 모델이 제시한 95% 신뢰구간은 '연간 30만 톤에서 9,400만 톤'으로 무려 300배 이상의 극단적인 편차를 품고 있었습니다. 토양의 습도, 미생물 군집, 점토 함량에 따라 굴착의 결과가 180도 달라질 수 있음에도 이를 거시 모델 하나로 획일화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탄소 수지(Balance)의 복합성: 배출과 저장을 함께 보다
이에 대해 오브라이언 연구팀은 2022년 후속 반박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측정한 것은 장기적인 총탄소 저장량의 잔존 여부가 아니라, 굴착 순간 표토에서 일어나는 순간적 배출 플럭스(Flux)의 모의다."
현재 과학계가 합의하고 있는 진실은 탄소의 '순이동(Net Balance)'에 있습니다. 흙에서 빠져나가는 탄소가 있다면, 식물이 다시 자라 뿌리를 내리며 흙으로 되돌려주는 유입량도 존재합니다. 야생돼지가 지나간 자리는 식생이 파괴되어 광합성을 통한 탄소 흡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설령 토양 자체의 탄소 분해가 적더라도 산림 전체의 탄소 흡수원 기능은 분명히 훼손됩니다.
야생돼지의 주둥이가 숲 바닥을 가르는 단순한 굴착 행동 하나에도, 표토의 물리적 통기성, 미생물의 산소 호흡, 점토 광물과의 착물 형성, 그리고 전 지구적 탄소 순환 모델링이라는 방대한 생물지구화학적 역학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침입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문제는 이제 국지적인 농작물 보호를 넘어, 행성의 거대한 탄소 저장고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지켜낼 것인가를 묻는 현대 환경과학의 최전선 과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료 근거
- O’Bryan, Christopher J. et al. (2021) 『Unrecognized threat to global soil carbon by a widespread invasive vertebrate』 — Global Change Biology, Vol. 27: 전 세계 외래종 야생돼지 토양 교란 모델, 36,214 ㎢ 훼손 면적 및 연간 490만 톤 CO2 배출 추정 1차 사료.
- Don, Axel et al. (2019) 『No soil carbon loss after 6 years of simulated wild boar rooting in forest soils』 — Biogeosciences, Vol. 16: 독일 산림 23개 구획 6년 장기 실측 실험, 광물성 토양 유기탄소 저장량 보존 및 심층 안정화 연구.
- Don, Axel (2022) 『Wild boars are not a threat to global soil carbon: A commentary on O'Bryan et al. (2021)』 — Global Change Biology: 토양 유기탄소 저장량과 배출 모델의 불확실성에 대한 학술 반론.
- O’Bryan, Christopher J. et al. (2022) 『Disturbance is not storage: A response to Don (2022)』 — Global Change Biology: 순간적 배출 플럭스 대 장기 저장량 구분의 생태학적 후속 답변.
-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UQ) 뉴스 아카이브 (2021) — 『Wild pigs drive climate change by rooting up soil』: 1만 개 서식 밀도 지도 모의 및 110만 대 승용차 환산 공식 보도자료.
- FAO & ITPS (2015) 『Status of the World's Soil Resources』 — 유엔식량농업기구: 전 지구 토양 유기탄소 1조 5,000억 톤 저장량 및 미생물 호흡 분해 표준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