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뜨거운 외계행성 55 Cancri e와 내부의 고압 탄소층을 표현한 과학 시각화 이미지
‘다이아몬드 행성’이라는 별명은 실제 보석 표면을 뜻하지 않는다. 탄소가 많은 천체 내부에서 고압 결정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설명하는 과학적 시각화 이미지.

SF 영화나 대중 과학 기사에서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 중 하나는 바로 우주 어딘가에 거대한 보석 그 자체로 이루어진 '다이아몬드 행성(Diamond Planet)'이 떠다닌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구에서는 수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도 막대한 가치를 지니는데, 지표면 전체가 눈부신 탄소 결정으로 반짝이는 천체가 존재한다면 그 경제적 가치는 계산조차 불가능할 것입니다. 과연 우주에는 정말로 다이아몬드로 가득 찬 행성이 실재할까요?

다이아몬드가 많을 수 있다는 내부 구조 가설과, 보석 표면을 실제로 관측한 사실은 다릅니다. 55 Cancri e는 한때 탄소가 풍부한 행성 모델로 주목받았습니다. 이후 모항성의 성분을 다시 분석했고, 2024년 제임스 웹 관측은 CO 또는 CO₂를 포함한 대기를 지지하는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펄서 동반 천체 PSR J1719-1438 b 역시 탄소가 풍부한 별의 잔해일 가능성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됩니다. 두 천체 모두 지표에 펼쳐진 다이아몬드를 확인한 사례는 아닙니다.

구분 항목55 게자리 e (55 Cancri e, 잔센)PSR J1719-1438 b (펄서 동반 천체)
천체 분류 및 정체모항성 공전 슈퍼지구형 외계행성밀리초 펄서 곁의 초고밀도 축퇴 왜성 잔해
지구로부터의 거리약 41 광년 (게자리 방향)약 4,000 광년 (뱀자리 방향)
질량 및 공전 주기지구 질량의 약 8배, 공전 주기 17.7시간목성 질량의 약 1배, 공전 주기 2시간 10분
초기 다이아몬드 가설2012년: 탄소 풍부 내부 모델 (질량 1/3 다이아몬드)2011년: 극단적 밀도 기반 결정화 탄소핵 가설
최신 관측 검증 현황JWST (2024): 낮 쪽 약 1,540℃, CO 또는 CO₂를 포함한 대기를 지지하는 증거전파 펄스 타이밍 계측 유지 (수소·헬륨 결손 고밀도)
실제 존재 가능성 평가탄소 풍부 모델의 근거 약화 (내부 조성의 직접 측정은 아님)탄소가 풍부한 고밀도 잔해라는 해석

2012년의 충격: 질량의 3분의 1이 다이아몬드라는 가설

외계행성 55 Cancri e(별칭 '잔센')가 전 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2012년 미국 예일 대학교의 니쿠 마두수단(Nikku Madhusudhan) 박사 연구팀의 논문이 발표되었을 때였습니다. 연구진은 당시 보고된 행성의 반지름(지구의 약 2배)과 질량(지구의 약 8배) 데이터를 토대로 내부 구조 방정식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지구는 내부 물질 중 산소(O)와 규소(Si)의 비율이 높아 규산염 암석과 철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모항성인 55 Cancri의 분광 분석 결과 산소보다 탄소의 비율(C/O 비율 > 1)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초기 추정이 제기되었습니다. 행성 형성 원반에 산소보다 탄소가 풍부했다면, 물(H₂O)이나 석영(SiO₂) 대신 탄화규소(SiC)와 흑연(Graphite)이 행성의 주성분이 됩니다.

별 가까이에서 녹은 암석과 마그마 바다를 가진 55 Cancri e의 과학 시각화 이미지
55 Cancri e는 별에서 약 0.015AU 떨어져 있어 표면이 녹을 정도로 뜨겁다. 오늘날에는 ‘보석 행성’보다 마그마와 뜨거운 대기가 있는 암석 세계라는 해석이 더 강하다. 과학적 시각화 이미지.

2012년 연구는 철, 탄화규소와 탄소층을 조합한 내부 모델이 당시 질량·반지름 자료와 맞을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깊은 곳의 탄소가 높은 압력에서 다이아몬드 형태일 가능성도 논의했습니다. 조건에 따라 행성 질량의 상당 부분이 다이아몬드일 수 있다는 해석이 보도되었지만, 내부 성분을 직접 본 결과는 아닙니다.

뒤집힌 가설: 별의 분광학과 제임스 웹의 반전

그러나 과학적 검증은 냉혹했습니다. 2013년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의 요한나 테스케(Johanna Teske) 박사 연구팀은 고해상도 분광기를 이용해 모항성 55 Cancri의 대기를 정밀 재분석했습니다. 기존 연구에서 사용된 산소 흡수선이 다른 철 흡수선과 겹쳐 오차가 발생했음을 밝혀낸 것입니다.

정밀 측정 결과, 모항성의 탄소 대 산소 비율(C/O)은 1보다 훨씬 낮은 약 0.78 수준이었습니다. 즉, 55 Cancri 항성계는 태양계와 마찬가지로 탄소보다 산소가 더 풍부한 평범한 환경이었습니다. 행성의 재료 자체가 탄소 과잉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이아몬드 행성'이라는 가설은 그 이론적 토대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55 Cancri e의 뜨거운 대기와 적외선을 관측하는 장면의 과학 시각화 이미지
제임스 웹 관측은 55 Cancri e에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를 포함한 대기가 있을 가능성을 높였다. 직접 촬영이 아니라 행성이 내는 적외선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과학적 시각화 이미지.

2024년에는 제임스 웹의 MIRI와 NIRCam 자료가 새로운 단서를 더했습니다. MIRI가 측정한 낮 쪽의 밝기 온도는 약 1,540℃로, 대기가 거의 없는 어두운 암석 표면을 가정한 예상보다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낮의 열을 밤으로 옮기는 대기가 있을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NIRCam 자료의 특정 파장대에서는 일산화탄소 또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대기와 맞는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내부의 마그마에서 나온 기체가 대기를 보충하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 결과는 대기를 뒷받침하는 증거이지, 마그마 바다를 직접 촬영하거나 행성 내부의 탄소 함량을 확정한 결과는 아닙니다.

또 다른 후보: 펄서 곁에 남은 별의 잔해 (PSR J1719-1438 b)

그렇다면 우주에는 정말로 다이아몬드 천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천문학자들은 일반 행성이 아닌 전혀 다른 극단적인 환경에서 진짜 후보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2011년 호주 파크스 전파망원경 연구팀이 발견한 'PSR J1719-1438 b'입니다.

빠르게 회전하는 펄서와 가까운 궤도를 도는 초고밀도 탄소 천체 PSR J1719-1438 b 과학 시각화 이미지
PSR J1719-1438 b는 펄서 가까이를 도는 초고밀도 천체다. 탄소가 풍부한 별의 핵이 벗겨져 남았을 가능성 때문에 ‘다이아몬드 행성’ 후보로 불린다. 과학적 시각화 이미지.

이 천체는 보통의 별이 아니라 초당 170번 이상 회전하는 밀리초 펄서(중성자별)를 돌고 있습니다. 펄서의 정밀한 전파 타이밍 신호 왜곡을 분석한 결과 충격적인 물리량이 도출되었습니다.

  • 공전 거리와 주기: 펄서와의 거리는 고작 60만 km(지구-달 거리의 1.5배)에 불과하며, 단 2시간 10분 만에 펄서를 한 바퀴 돕니다.
  • 극단적인 밀도: 질량은 목성과 비슷하지만 지름은 목성의 40% 이하(지구의 약 5배)로 압축되어 있어, 평균 밀도가 최소 23 g/cm³ 이상으로 측정되었습니다. 이는 백금이나 오스뮴보다 무겁고 물의 23배에 달하는 초고밀도입니다.

이 천체가 펄서 가까이에서 유지되려면 충분히 조밀해야 합니다. 궤도와 크기 제한을 바탕으로 얻은 높은 밀도는 수소가 풍부한 평범한 가스 행성보다 가벼운 외층을 잃은 별의 잔해라는 해석에 힘을 실어줍니다. 밀도만으로 내부가 순수 탄소인지, 하나의 고체 결정인지까지 정할 수는 없습니다.

제안된 기원은 질량을 잃은 백색왜성의 잔해입니다. 동반성의 바깥 물질이 빠져나간 뒤 탄소가 풍부한 조밀한 부분이 남았다는 설명입니다. 일부 탄소가 결정화되어 있을 가능성 때문에 ‘다이아몬드 행성’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보석처럼 투명한 거대한 단일 결정을 관측한 것은 아닙니다.

천왕성과 해왕성의 다이아몬드 비(Rain)

거대한 보석 행성에 직접 착륙할 수는 없지만, 우리 태양계 내부에도 고압 다이아몬드 물리학이 생생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바로 얼음 거대 행성인 천왕성과 해왕성입니다.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수행한 실험은 수소와 탄소를 포함한 폴리스타이렌 플라스틱을 레이저로 압축했습니다. 얼음 거대 행성 내부를 모사한 고온·고압 조건에서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형성되는 것을 관측했습니다. 이는 행성 내부의 ‘다이아몬드 비’ 가설을 뒷받침하지만, 실제 천왕성이나 해왕성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을 관측한 결과는 아닙니다.

우주에 탄소가 풍부한 천체가 있을 수 있고, 고압 실험에서는 다이아몬드도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내부 구조 모델, 망원경의 간접 관측, 실험실의 다이아몬드 생성은 서로 다른 증거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보면 ‘다이아몬드 행성’이라는 별명이 더 흥미로운 과학 질문으로 바뀝니다.

자료 근거